본문 바로가기
in Rwanda/르완다 & 추억

르완다의 추억2 - 물건을 바꿔 내리다.

by ☆ 티티카카 ☆ 2012. 12. 17.
반응형

2012년도 끝나가는 지금... 르완다의 추억은 한여름밤의 꿈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까먹기 전에,, 떠오르는 추억들을 기억해보려 애쓴다.

 

예전 글에도 언급했지만,, 나는 수도 키갈리에서 약 2~3시간 떨어진 부소고라는 시골 마을에 살았다.

보통은 집에 돌아오는 방법으로 기세니행 버스를 타고 가다가 부소고에서 내리거나 (이 경우 달리는 버스에서 내려달라고 소리쳐야 하는데 가끔 기사 아저씨가 나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쭉~ 가는 경우가 발생해 잘 타지 않는다.), 루헹게리에서 하차 후 집으로 가는 디스트릭트 버스를 탄다.

(버스는 크게 같은 디스트릭트 내에서 움직이는 버스와,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는 버스가 있다. 디스트릭트 내의 버스는 일정 정류장이 있지만 도시내 이동하는 버스는 정해진 정류장이 별로 없다. 그래서 버스를 탈 때는 정해진 정류소에서 타야 한다. 하지만 내릴 때는 내린다는 신호를 주면 어디든 세워준다.)

 

주로 내가 이용하는 방법은 루헹게리에서 디스트릭트 버스를 타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경우 버스 시간표, 이용객 등의 변수 등으로 30분 이상이 추가되기도 한다.

 

이 버스에 얽힌 사소한 에피소드 2개가 기억난다.

 

 

#에피소드 1

 

명절이었던 것 같다. 설인지, 추석인지는 가물가물 하다. 코이카 사무실에 격려품이 도착했단 소식을 듣고 수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이었다. 이때... 짐이 좀 많았다. 그래서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지 않고 기세니행 버스를 탔다. (벨베데르 이용시 부소고까지의 가격이 따로 책정되어 있어 편했다.) 평소 아저씨가 내 말을 못 듣고 비앙가보에서 내려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므로 (그나마 비앙가보면 우리 집 근처라 다행이다. 여차하면 쭉~ 간다;;; 디스트릭트 버스 기준으로 1코스 정도?) 내리는 것에 온통 신경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을 잡아 학교 바로 앞에 내릴 수 있었다. 어라.. 근데 내 짐을 둔 곳에 포장이 된 짐이 있다?? 누군가 쌀포대 같은걸 덮어놓았다. 루헹게리 정류장에서 포장을 한 걸까? 여하튼,, 잠시 선 버스라 급하게 짐을 내렸다. 이날 따라 동네 꼬마 아이들이 여기저기 짐을 실어라며 자전거를 가져와 자기들이 가져간다. 그렇게 버스는 떠났고,, 나는 뭔가 불안해서 짐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Oh my god!!!!!!!!!!!!!!!!!!!!!!!!!!!!!!!!!!!!!!!!!!! 이건 내 짐이 아니다.ㅜㅜ 무게도 더 나간다. 악................. 거기엔 6개월을 행복하게 해 줄 각종 한국 식자재가 있는 박스란 말이다!!!!!!!!!!!!!! 떠나간 버스를 잡으려 손을 흔들었지만 버스는 이미 보이지 않는다.ㅜㅜ 얼른 발길을 돌려 비앙가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대학교 근처라 다행히도 비룽가, 벨베데르 버스정류장이 비앙가보에 있다.) 내 짐이 바뀌었어요-ㅜㅜ 평소 친분이(?) 있는 벨베데르 사무소 아저씨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키냐르완다를 제대로 못하고, 아저씨도 영어를 못하신다.ㅜㅜ 손짓 발짓해가며 설명하다 마침 지나가는 학생이 나를 알아보고 통역을 해준다. 아저씨 급하게 기세니 사무소와 연락 시도!! 결국 한 시간 뒤 지나가는 버스로 짐을 가져다주겠단다. 짐 찾는 건 쉬웠다. 내 박스에는 한국어가 쓰여 있었으므로,, 그들에게 다른 언어가 쓰인 박스 구분을 쉬웠으리라....

한 시간~ 한 시간 반 동안 버스 정류장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전에 지나가는 버스를 통해 내가 잘 못 들고 내린 짐을 실어 보냈다. 짐 주인... 죄송해요-ㅜㅜ. 그리고 한참 후 내 짐을 가지고 오는 버스 발견~ 드디어!!!!!! 찾았다...ㅜ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십년은 감수한 하루였었다.

내가 들고 내렸던 짐의 원래 주인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무중구가 자기 짐을 들고 내렸으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죄송합니다.ㅜㅜ (정말이지 이날은 내가 뭐에 홀린 느낌이다.) 그리고 나도 소중한 나의 명절 격려품을 찾을 수 있었다. 다시 돌아온 격려품이어서 그럴까? 너무너무 감격적이었다.

짐을 바꿔 내려도 빨리 찾을 수 있는... 역시 르완다라서 가능했을지도...

 

이걸 잘 못 들고 내리다니 나도 참;;;;;;;;; 진짜 이날은 뭔가 홀린것 같다. 

다시 찾은 나의 격려품 ♡

 

# 에피소드 2 

 

볼일이 있어 시내에 나가는 길이었다. 평소대로 버스를 탔다. 어랏,, 근데 뒷모습이 아니, 저 사람이 입은 옷은 코이카 옷이다.!!!!!!!!!

 

 

이상봉 디자이너의 옷. 저 옷을 가지고 있는 기수는 6,7,8기가 유일. 단원이 잃어버렸단 이야기를 들어서 긴가민가 했었다. 애타고 찾고 있던 옷이었기에 신기하기도 하면서 반가웠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도했다. 이 옷 어디서 났나? 등등 등... 루헹게리 시장에서  샀단다. 헐............. 누군가 가져가 판 것인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옷 좋다며.. 칭찬하며 결론 났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하튼,, 저 옷은 르완다에서 나의 주요 활동 복이었다.ㅋㅋㅋㅋ 쉽게 더러워지는 것만 빼면 최고!!! 먼지 많은 나라에 흰 옷이라.. 흰 옷이라니...ㅜㅜ (저 옷 나중에 현지인 줄랬는데 다들 하나쯤은 기념으로 가져가라 해서 한국으로 들고 왔다. 하지만 안 입는다는 거.ㅜㅜ 주고 올걸..ㅜㅜ )

내가 유니폼 처럼 입고 다녔던 대부분의 코이카 체육복들은 현지인 주고 왔는데.. 누군가가 입고 루헹게리를 활보하겠지??ㅋㅋㅋㅋㅋㅋㅋ 아마 그런 옷을 발견하는 다른 단원들도 나처럼 반갑고, 신기할 듯 ㅎㅎ

 

 

반응형

댓글